헌재 “사실상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 합헌”

헌재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 합헌’ 작성자 법조뉴스 등록일 2021.02.25 URL http://www.lawtimes.co.kr/Legal-News/Legal-News-View?serial=168233&kind=AB 재판관 5(위헌) 대 4(합헌) 의견으로 결정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도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것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헌법재판소의 첫 결정이다.

헌재는 25일 A씨 등이 “사실상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규정하고 있는 형법 제307조는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2017헌마113)을 재판관 5(합헌) 대 4(위헌) 의견으로 기각했다. 위헌 결정은 재판관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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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헌재 심리 과정에서는 이 조항이 과잉금지 원칙에 반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헌재는 “사실적 시매체가 매우 다양해지면서 명예훼손적 표현의 전파 속도와 파급효과는 광범위해지고 있어 일단 훼손되면 완전한 회복이 어렵다는 외적 명예의 특성상 명예훼손적 표현행위를 제한할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당 조항은 개인의 명예, 즉 인격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입법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며 “이러한 금지의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하는 것은 명예훼손적 표현행위에 대해 상당한 억지효과를 가지므로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또 명예는 개인의 인격을 발현하기 위한 기본조건이므로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의 우열은 쉽게 단정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며 일단 훼손되면 완전한 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명예훼손으로 인한 피해는 더 커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특수성과 민사적 구제방법만으로는 형벌과 같은 예방효과를 확보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침해의 최소성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헌법에서 표현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의 한계로서 타인의 명예와 권리를 선언하고 사실적 시 명예훼손이 가해자의 사적 제재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는 점, 개인의 약점과 잘못을 적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의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유남석, 이석태, 김기영, 문형배 재판관은 “해당 조항은 과잉금지 원칙에 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일부 위헌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입법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은 갖췄지만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은 충족하지 못한다는 취지다.

이들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최소화돼야 하고 헌법이 명예훼손 구제 수단으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명시할 뿐 형사처벌까지 예정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표현의 자유의 중요한 가치는 국가 공직자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지만 국가 공직자가 표현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의 주체가 될 경우 국민의 감시 비판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외적 명예보호는 형사처벌이 아니더라도 정정보도와 반론보도 청구, 손해배상 청구 등의 처분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재판 절차에서 위법성 조각 사유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있더라도 일단 자신의 표현행위로 수사·재판에 회부된다는 사실만으로 위축효과가 발생한다”며 “이후 수사·재판 절차에서 마주하게 될 공익성 입증 불확실성으로 표현의 자유 위축 효과는 더 커지게 되므로 ‘침해의 최소화’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진실한 사실 적시표현행위를 명예훼손죄 구성요건에 포함시키면 표현의 자유는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며 진실이 가려진 채 형성된 허위 과장된 명예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 효과를 일으키면서까지 보호해야 할 법익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법익의 균형성을 충족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개인이 숨기고 싶은 병력·성적 지향·가정사 등의 사실적 시각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될 수 있다”며 “적시된 사실이 사생활의 비밀에 관한 것이 아닌 경우”에 허위사실을 바탕으로 형성된 개인의 명예보다 진실한 사실에 관한 표현의 자유보장에 중점을 둘 필요성이 있다. ‘진실로서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 사실 적시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덧붙였다.

A씨는 2017년 8월 동물병원에서 부당한 진료로 자신의 반려견이 불필요한 수술을 해 실명 위기까지 겪게 됐다고 생각하고 수의사의 잘못된 진료행위를 SNS에 올리려 했다. 그러다 사실상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 규정 때문에 글을 싣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해 “표현의 자유가 침해된다”며 2017년 10월 헌법소원을 냈다.

B씨는 2016년 2월 공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2018년 1월 부산지법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다. B씨는 대법원에서 상고심 재판을 받던 중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헌법소원을 냈다.